영어랑 친해지는 방법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영어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 강제로 처해지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어려우니…

개인적인 경험

우선 저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은 크게 없습니다. 중고등학생 때에도 영어 성적만은 나쁘지 않았었고, 군대도 카투사로 다녀왔고, 대학교에서 보내주는 어학연수와 교환학생도 다녀왔거든요. 졸업하고 나서는 1년 6개월 정도 뉴질랜드에서 워킹 홀리데이도 다녀왔고요. 그래서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같은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하면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같은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써보려고요.

언어는 레고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습니다. 영어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 중 두 개가 ‘단어 꼭 외워야 해요?, 문법 꼭 알아야해요?’ 였던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둘 다 알면 큰 도움이 된다’ 였고요.

레고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레고를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블록’ 을 ‘조립’ 해야하는데요, 이 두 가지가 ‘단어’ 와 ‘문법’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어를 많이 안다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레고 블록이 있다는 것이고, 문법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그 블록들을 조립하는 다양한 방법을 안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더라고요.

단어를 많이 안다는 것

벌써 2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지금도 나오겠지만 수능 영어 단어장 중에 ‘우선순위 영단어’ 라는 게 있었습니다. 영어 단어를 기출 빈도대로 외울 수 있게끔 어느 정도 정렬이 된 형태로 만들어진 단어장이었습니다. 이거랑 비슷하게, ‘원어민이 많이 쓰는 문장 200개’ 같은 영상도 유튜브에 많이 올라오는 것 같더라고요. 심지어 ‘원어민들도 알고 있는 단어가 그렇게 많지 않다’ 는 이야기들도 많이들 합니다.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단어를 조금 더 알아두면 더 다양한 표현, 즉 더 다양한 모양의 레고를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타일러 라쉬 님께서 나와서 “원어민들이 쓰는 표현은 ~” 하는 광고처럼, 비슷한 뜻이지만 더 자연스러운 단어들이 있습니다.

제가 단어를 가장 많이 알았던 시기는 편입 준비 하면서 하루에 200개씩 단어를 외울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요. 단어를 배울 때에도 어원 같은 것을 염두해두고 조금씩이라도 기억을 해놓는다면 나중에 비슷한 단어가 나왔을 때 정확하게는 모르더라도 ‘대충 이런 뜻이겠거니’ 가늠할 수도 있고, 새로운 단어를 외울 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어를 처음 익히는 단계라면 많은 단어를 외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고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단어를 외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알고 있는 단어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말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는 연습도 좋은 학습 방법일 거에요. 우리가 가끔 어떤 단어가 기억나지 않을 때 다른 단어들을 최대한 조합해서 그걸 설명하려고 하는 것을 영어로 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그 의미를 가진 단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걸 외워놨다가 다음에는 꼭 써먹으시면 됩니다.

문법을 공부해야 하나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법은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블록이 생긴 모양에 따라 조립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알아두는 것은 더 멋진 레고를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한 요소이긴 할겁니다.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표현이 어색하거나, 이를 이용해서 문장을 만들 수 없다면 레고 블럭을 한 군데에 모아둔 것과 다름이 없겠죠. 따라서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합니다. 문법적으로 엉망인 문장으로도 의사소통이야 되겠지만 우리는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럴 거였으면 아예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번역앱을 사서 쓰겠다는 생각을 하겠죠.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to 부정사니, 동명사니, it-that 구문이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을 지금와서 성문영어나 맨투맨 (제가 학생 때는 이게 제일 잘 나갔…)을 펴놓고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동사를 외울 때 뒤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단어들도 같이 외우는 방식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영어를 강제로 써야하는 환경에 처해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저는 군대에서 이걸 가장 많이 느꼈습니다. 근데 이런 상황이라는 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비슷한 상황은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지금도 하고 있는 방법은, 출퇴근길에 영어 팟캐스트를 듣는 것입니다. 가끔씩 노래를 듣고 싶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영어 팟캐스트를 틀어 놓습니다. 귀에 들리는 모든 단어에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어에 최대한 노출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게 목적이거든요. 그렇지만 재미없는 이야기이거나, 내용이 너무 어려우면 집중력이 떨어지겠죠. 그래서 저는

  1. 잘 들리는 발음을 가진 진행자가 나오는 팟캐스트
  2. 어느 정도 짜여진 대본을 읽는 뉴스나 인터뷰 형식의 팟캐스트
  3. 내가 흥미로워하는 내용을 다루는 팟캐스트
  4. 웃긴 팟캐스트

를 주로 구독하고 출퇴근길에 들으면서 다닙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수준에 맞는 몇 가지 추천 팟캐스트들입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애플 기기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주로 사용하는 팟캐스트 앱은 Apple Podcast 이고 Spotify 도 가끔 사용합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PocketCast 를 썼던 것 같아요.

듣기만 하더라도 도움은 되겠지만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대본을 찾아서 같이 본다거나,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것도 병행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

  • BBC Radio: 6 Minute English
    • BBC 에서 만든 6분 내외의 짧은 내용이 담긴 팟캐스트입니다
    • 이건 제가 들은 지 오래 돼서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BBC Radio 를 검색해보시면 다양한 주제의 학습을 위한 팟캐스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 BBC Radio: Global News
    • 10분 내외의 세계 뉴스가 올라오는 팟캐스트입니다
    • 전세계의 소식을 다루기 때문에 세계 정세를 파악하기에도 좋습니다
    • 내용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앵커들의 발음이 워낙 깔끔해서 듣기 편했던 것 같아요

영어에 자신이 조금 붙었다면

  • CNN: Anderson Cooper 360
    • CNN 간판 앵커로 유명한 앤더슨 쿠퍽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입니다
    • 시간은 50분 내외로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 같은 건 기분탓입니다…
  • Freakonomics Radio: Freakonomics Radio
    • 우리나라에서 괴짜경제학으로 알려진 Freakonomics 의 저자 중 한 명인 스티브 레빗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입니다
    • 20분 내외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져있고, 중간중간 신나는 노래가 나오는 게 특징입니다
    •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제학을 아주 재미있는 사례들로 다루기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습니다
    • 처음에는 하나의 프로그램만 있었는데 지금은 5개 정도의 채널이 있습니다
    • Freakonomics Blog 에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의 대본까지 올려져있어서 공부하기 아주 좋습니다
  • NPR: TED Radio Hour
    • TED 컨퍼런스의 주제를 보다 심도있게 다루는 팟캐스트입니다
    • 유사한 주제의 강연을 묶어서 다루기도 하고, 한 강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보다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조금 더 어려운 걸 원한다면

  • House of Guilty Feminist: The Guilty Feminist
    • 페미니즘과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팟캐스트입니다
    • 데브라 프란시스-화이트가 진행하고 다른 여러 여성 코미디언들과 함께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공개 코미디이기 때문에 좀 어수선할 수 있지만 당연히 아주 못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 Pushkin: Revisionist History
    • 블링크와 아웃라이어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입니다
    • 말콤의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이야기의 숨겨진 이면을 다루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데이터를 다루는 팟캐스트

  • Data Skeptic
    • 팟캐스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라는 모토를 가진 팟캐스트입니다
    • 그렇다고 ‘데이터 망했다’ 는 아니고, 데이터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내용입니다
    • 중간중간 광고는 좀 많이 나오는 편이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 TWiML; This Week in Machine Learning
    • 이것도 위의 팟캐스트와 비슷하게 데이터 관련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내용입니다
  • Causal Inferece
    • 최근에 더욱 각광 받고 있는 인과추론 관련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팟캐스트입니다
    • 아직 제대로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인과추론을 주로 다루는 다른 팟캐스트는 못 봤네요

말하기를 잘하고 싶은데요

말하기를 잘하는 방법은 외우고 따라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토플 스피킹을 공부할 때 저는 모범 답안이라고 학원에서 나눠주던 파일을 들으면서 외웠거든요. 모범 답안에서 들리는 단어들의 발음이나 억양, 강세 등을 그대로 따라했어요.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은 같은 단어라도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강세가 달라지고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쓰기만 하면 철자가 같아서 구분이 어려운데 말하면서 익히면 그것까지 구분이 가능해졌던 것 같아요.

마치며

이건 제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라 모든 분들께 최고의 방법이라는 말씀은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여태까지 하셨던 방법이 어렵거나 효과적이지 않았다면, 시도해볼 수 있는 선택지 정도는 될 것 같고요.

제가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영어로 꿈을 꿨을 때였는데요, 이 글을 보신 여러분들도 언젠가는 꿈을 영어로 꾸시는 날이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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